[시선뉴스 심재민, 김아련] ‘위베르 드 지방시’는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로 25세에 첫 컬렉션을 열고 '베티나 블라우스'를 선보여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의 의상을 도맡았는데 당시 '헵번 스타일'을 유행시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지방시의 시그니처는 ‘베티나 블라우스’라 불렸던 화이트 면 셔츠 블라우스와 그의 뮤즈 오드리 헵번의 ‘리틀 블랙 드레스’로 심플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창조했다.

[사진/flic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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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방시는 영화와 패션간 공생관계의 시초가 되었다. 그는 의상뿐 아니라 향수, 화장품, 보석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 자신의 이름을 딴 '지방시 브랜드'를 세계적 패션 브랜드로 발전시켰고 오늘날 많은 고객을 점유한 대중적인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하고 우아한 지방시 패션

1927년 지방시는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오드프랑스 레지옹의 보베에서 태어났다. 그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3세 때 아버지가 사망한 뒤 직물공장을 운영하던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양육되면서 어려서부터 패션업계와 친숙하게 자랐는데, 17세 때인 1944년 파리에 있는 국립미술학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베티나 블라우스/flickr 제공]
[베티나 블라우스/flickr 제공]

1947~1951년까지 지방시는 전위적 디자이너로 명성을 날리던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보조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고 이후 1952년 첫 컬렉션을 연 뒤 1995년 은퇴할 때까지 세계 패션계의 대표적인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절제된 단순미와 우아하고 고전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는 1983년 패션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의 최고 훈장인 레지옹도뇌르 훈장 (슈발리에 등급)을 받았다.

오드리 햅번의 소울메이트

지방시는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 의상의 패션 디자이너로 더욱 유명해졌다. 1953년 영화 《사브리나 Sabrina》에서 사브리나 역을 맡은 오드리 헵번의 적극적 요청으로 영화 의상을 제작했는데 이 영화에서 헵번이 입었던 바지와 굽이 낮은 신발은 '사브리나 팬츠'와 '사브리나 슈즈'로 불리며 크게 유행하였다.

[사진/wikimedi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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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방시는 헵번이 출연한 대부분의 영화뿐 아니라 일상복까지 제작하였고 의상 디자이너였던 지방시와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은 동업자이자 친구로 지내며 한때는 약혼까지 할 정도로 연인 관계를 이어갔지만 결혼은 하지 않고 헵번이 사망할 때까지 40년간 인생의 동반자로 남았다. 헵번의 심플하고 조화로운 의상은 늘 지방시의 스타일의 뮤즈가 되었다.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 지방시 브랜드

[사진/flic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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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는 1952년에 그의 쿠튀르 하우스를 오픈한 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지방시'를 모던한 레이디라이크(ladylike) 스타일로 이끌었다. 브랜드 ‘지방시’는 의상뿐 아니라 향수, 화장품, 보석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1954년에는 '퍼퓸 지방시(Societe des Parfumes Givenchy)'로 향수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지방시 브랜드는 1956년 맞춤복 위주에서 벗어나 여성 기성복 '지방시 유니버시티'를 출시했고 1972년 남성 화장품을 출시했으며 1973년에는 남성 기성복 '지방시 젠틀맨'을 선보였다. 이후 지방시는 자신의 쿠튀르 하우스를 1988년 프랑스 럭셔리 거대 기업인 LVMH(Louis Vuitton-Moët Henessy)에 매각한 후 1995년에 은퇴했다.

[사진/flic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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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 스타일은 보다 절제된 단순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방시의 은퇴 이후, 능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지방시 하우스를 이끌어갔다. 여성복은 존 갈리아노가 계승했고, 이후 알렉산더 맥퀸이 여성복 라인을 5년간 이끌었으며, 200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리카르도 티시가 이끌고 있다. 또 남성복 라인은 2005년에 오즈왈드 보탱의 책임 하에 재런칭되었다가, 2009년부터 리카르도 티시가 이어가고 있다. 오랜 전통의 지방시는 그렇게 여전히 패션을 좀 안다는 사람들의 선망의 브랜드로 꾸준히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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