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유전무죄 무전유죄 (有錢無罪 無錢有罪). 돈이 있을 경우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을 경우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말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일면을 빗댄 말이다. 그런데 절망적 상황을 가리키는 이 말이 열정, 희망, 꿈으로 가득해야 할 취업 준비 청년 이른바 ‘취준생’ 사이에서 변형되어 사용되며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무전무업’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돈이 없으면 취업을 못하다’는 뜻의 이 말은 취준생 청년들의 녹록치 않은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취업 준비의 일환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며 영어, 중국어 등 각종 언어능력을 함양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비용들이 소요되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취업 준비하기조차 벅차고, 이를 넘어 포기 하고 싶은 심정임을 취준생들은 ‘무전무업’ 이라는 용어에 담고 있다. 한 때 많이 사용되었던 ‘흙수저’의 파생 개념으로 취업 준비부터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극명히 갈린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극한 경쟁이 벌어지는 취업전선. 이 전쟁과 같은 취업 현실에서 취준생들은 면접관의 눈에 들기 위해 다양한 스펙을 쌓는다. 실제로 토익과 토플은 기본이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없어지자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언어 시험에 도전하는 취준생이 늘고 있으며, 직종에 관련이 있는 것에서부터 없는 것까지 다양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취준생들은 매일 매일 학원과 도서관을 드나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언어 점수와 자격증을 넘어 봉사활동, 사회경험 등 경쟁자들 틈에서 돋보일 수 있는 항목을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하물며 이렇게라도 준비해서 취업이 되면 모를까 취준생들의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이력서는 빛을 발하지 못한 채 ‘불합격’이라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이 취업과정에서 취준생들의 얇은 주머니는 더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토익시험 응시료 약 4만5천원, 영어 말하기 시험 약 8만원...거기에 한국어능력시험, 국가기술자격증, 컴퓨터활용능력 등 경쟁자에 밀리지 않기 위해 이런 저런 준비를 하다보면 상당한 금전적인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취준생들은 비용 마련을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에 응시료비 등 취업비용까지 벌어야 하는 상황.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인크루트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취준생들은 취직 준비로 월 평균 21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그리고 상황이 이러니 형편이 어려운 청년의 경우 원하는 취업문을 두드리지도 못하게 되고 이는 결국 ‘무전무업’의 악순환을 야기하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취업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에서 무한정으로 지원해줄 수 없는 노릇이다.현재 다양한 지원 역시 실효성 논란과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비용적 지원개념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현실과 취업현실에 대한 대규모 구조적 탈피가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취준생들의 낙담을 담은 ‘무전무업’. 이 말이 희망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 청년 간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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