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우리나라에서는 투표를 한 뒤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하는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 경우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김-치’라는 말을 하며 손을 V로 한 모습이라고 하더라고 투표에서는 그 모양이 기호 2번을 가르키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엄지척의 포즈 역시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투표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손등 등에 선거 도장을 찍어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오히려 투표를 마친 뒤 손가락, 검지 손가락을 들어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 

인도 유권자는 카메라 쪽으로 손등을 향하게 한 뒤 검지를 들어 포즈를 취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검지 손톱 가운데에 세로로 길게 물감이 칠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인도에서 선거에 참여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편 손톱의 이 물감은 특수 잉크로 제작되었다. 따라서 문지르거나 물에 씻어도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손톱이 자라면 자연스럽게 몇주 후 없어지게 된다.

EPA=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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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이런 방식을 취한 것은 다름 아닌 부정부패를 막기 위함이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의 손톱에 물감을 칠해 중복 투표 등 부정 선거를 막고 있다. 

인도의 유권자 수가 9억명이나 될 정도로 그 수가 엄청난 데다 아직 주민등록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아 서류 검증 외에 물감칠로 투표자를 일일이 체크하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특수 잉크를 제작할 수 있는 곳은 인도에서 단 한 곳뿐이라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인도 남부의 '마이소르 페인트&바니시'라는 작은 회사만 이 잉크를 제작할 수 있다.

국영인 이 회사는 1962년부터 선거용 잉크를 제작했는데,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10㎖짜리 플라스틱 잉크병 260만개가 만들어졌다.

잉크 제작 물질과 제조법 관련 정보는 당연히 극비다. 질산은이 포함돼 자외선에 노출되면 손톱에 착색되는 원리라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그 이상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EPA=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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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대표인 찬드라셰카르 도다마니는 가디언에 "나도 구체적인 잉크 제조법을 모른다"며 "회사 소속 화학자 두 명만 그 내용을 아는데 이들이 퇴직할 때 다른 직원에게 비법을 전수하는 식으로 보안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선거 인증 방식이 유명해지면서 외국 정부에서도 이 잉크를 찾고 있는 추세다. 가디언은 태국,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30여 개국에 이 잉크가 수출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인도의 총선은 오는 4월 11일부터 5월 19일까지 인도 전역에서 진행된 뒤 5월 23일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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