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우울증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는 신세대 항우울제(프로작 등)가 어떤 환자에겐 듣고 어떤 환자에겐 듣지 않는 이유가 밝혀져 이목을 모으고 있다.

항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는 우울증 환자의 30%에겐 효과가 없어 왔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 지 그동안 이유를 알 수 없어 환자는 물론 의료진 역시 난감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는데, 이 이유가 밝혀진 것.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8일 메디컬 뉴스 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소크 생물학연구소(Salk Institute for Biological Studies)와 메이요 클리닉의 공동 연구팀은 SSRI가 환자에 따라 효과가 있고 없는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뉴런(신경세포)의 신경돌기(neurite) 모양과 길이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우울증 환자 800명으로부터 채취한 피부 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되돌린 뒤 이를 다시 세로토닌 뉴런으로 분화시켜 항우울제가 듣는 환자와 듣지 않는 환자의 것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소크 연구소의 프레드 게이지 박사는 밝혔다.

세로토닌 뉴런은 세로토닌이 생산되고 사용되는 뇌 회로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이다. 세로토닌 뉴런 자체는 항우울제가 듣고 듣지 않는 환자 사이에 생화학적 차이가 없었으나 다른 신경세포들과 신호를 주고받는 기능을 가진 신경돌기의 모양과 길이가 달랐다고 게이지 박사는 밝혔다.

또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환자는 듣는 환자에 비해 신경돌기의 길이가 훨씬 길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환자는 두 유전자(PCDHA6과 PCDHA8)의 발현이 항우울제가 듣는 환자보다 훨씬 약했다.

이 두 유전자는 신경세포와 뇌 회로의 형성과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팀은 정상적인 세로토닌 뉴런에 있는 이 두 유전자를 휴면(silencing)시켜 봤다. 그러자 신경돌기가 항우울제가 듣지 않는 환자의 것처럼 비정상적으로 길게 자라났다.

결국 세로토닌 뉴런의 신경돌기 길이가 잘못돼 뇌의 세로토닌 회로가 일부 영역에서는 지나치게 활성화되고 일부 영역에서는 너무 위축돼 신호전달에 교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우울제가 듣고 듣지 않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같은 새로운 사실은 우울증만이 아니라 조현병, 조울증 같은 뇌의 세로토닌 시스템 장애로 발생하는 정신질환들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SSRI는 인간의 감정, 행동 등을 조절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 세로토닌이 더 오랫동안 뇌 속의 신경전달 시스템에 잔류하게 함으로써 감정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학자들은 세로토닌 회로의 혼란이 우울증의 핵심 원인으로 오래전부터 생각해오고 있다. SSRI는 바로 세로토닌 회로의 혼란을 제거하는 약이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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