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배워서 남 주나?'라는 물음에 당당하게 ‘그렇다’라며 훈훈한 행보를 보인 할머니들이 화제다. 고령의 나이라는 한계와 선입견을 극복하고 글과 그림을 배워 책까지 낸 전남 순천의 할머니들이 도서 판매로 받은 인세를 장학금으로 내놔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26일 순천 그림책도서관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글작문교실에서 글을 배운 할머니 20명이 살 맛 나는 인생 이야기를 담은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남해의 봄날, 190쪽)를 펴냈다.

늦깎이 작가 데뷔한 순천 할머니들 [연합뉴스 제공]
늦깎이 작가 데뷔한 순천 할머니들 [연합뉴스 제공]

특히 할머니 저자들은 1쇄 3천부가 모두 팔리자 인세로 받은 500만원 전액을 순천인재육성장학회에 기부하기로 했다. 김영분(79) 할머니 등 20명은 오는 4월 1일 오전 순천시청 정례조회 때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순천그림책도서관 한글작문교실의 할머니들은 앞서 지난해 4월 '내 인생 그림일기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글과 그림을 배웠다. 그림책 작가와 함께 동그라미, 네모를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 할머니들은 꾸준히 그림을 그렸고,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순천과 서울 등에서 원화 전시를 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예사롭지 않은 글과 그림에 반한 출판사 측이 에세이집 출간을 제안해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 에세이집은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 서점과 동네 책방 등에서 꾸준하게 팔리고 있으며 원화 전시도 전국 동네책방 10여 곳에서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할머니들의 작품은 방탄소년단급 한류 바람을 몰고 있다. 4월에는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참여하고 5월 9일 고창에서 열리는 전국지역도서전에 초청을 받았다. 4월 중순부터 6월까지는 미국 4개 도시에서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나옥현 그림책도서관장은 "글을 늦게 배워 항상 배움에 대한 한이 많으셨던 할머니들이 오히려 장학금을 선뜻 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할머니들의 뜻에 따라 배움의 갈망이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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