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이연선] 베네수엘라는 현재 한 국가에 두 명의 대통령이 존재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상태다. 니콜라스 마두로가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여 지난 1월 취임했지만 후안 과이도 의장이 작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 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을 위시한 50여 개 서방 국가는 과이도를 인정,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 쿠바와 볼리비아 등 중남미 국가 등이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는 현재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으로 국민들이 국가를 이탈해 나가고 있는 상태이다. 베네수엘라는 왜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베네수엘라는 남미 최대의 산유국이며 질 좋은 석탄, 철광석, 금광이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고이다. 따라서 베네수엘라는 중동의 산유국들처럼 부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조건이 차고도 넘쳤으며 실제로도 세계 5위권의 석유 수출량으로 막대한 부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부의 분배는 원활하지 않았다. 석유로 벌어들인 돈은 부패한 정치권과 결탁한 기득권들의 배만 불렸고 국민의 절반은 빈곤에 시달려야 했으며 4분의 1은 빈민수준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73년과 1978년에 OAPEC와 OPEC이 원유 가격을 인상하고 생산을 제한하여 세계 각국의 경제적인 혼란을 일으켰던 오일쇼크가 발생한 후 저유가 시대에 돌입하면서 국가 경제의 90%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던 베네수엘라는 큰 경제 위기에 몰리게 된다.

결국 베네수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차관을 받게 되었는데 IMF는 베네수엘라에 ‘신자유주의’정책을 강요했다. 하지만 극빈의 삶을 살고 있어 무엇보다 복지가 필요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자유시장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는 더욱 가혹한 것이었고 이에 1989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중심으로 민중항쟁이 일어났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항쟁을 제압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하였고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에 좌파 진보 성향 군인이었던 우고 차베스(1954~2013)가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하여 감옥에 갇히게 되었지만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절대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결국 차베스는 사면되었고 1999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통령이 되었다. 차베스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헌법을 새로 제정하면서 신자유주의 흐름에 반대되는 사회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주택·교육·의료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중점을 둔 ‘볼리바르 혁명’을 주도하게 된다.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경제의 핵심인 석유를 관장하는 국영석유회사의 부패한 임원들을 전부 해임시켰다. 이들은 미국과 결탁하여 베네수엘라 석유를 미국 경제의 일부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로 그 동안 베네수엘라 경제의 양극화를 주도해 온 인물들이었다.

이들을 축출하자 2002년 보수군인들은 미국의 원조를 등에 업고 차베스 정부에 대한 쿠데타를 일으켰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국영석유회사를 정상화시킨 차베스 정부는 이를 재원으로 공공학교와 보육시설을 늘리고 빈민층을 위한 무상의료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토지개혁을 통해 농민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는 복지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대기업을 국유화하고 협동조합적인 기업들을 지원하는 등 사회주의적인 정책들을 실시하여 빈곤층을 격감시키는데 큰 효과를 거뒀다. 차베스의 사회주의적인 정책은 천연자원을 경제원으로 하는 베네수엘라의 특성상 성공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었다. 차베스는 이런 정책에 힘입어 2006년 치러진 대선에서 또다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좌파 출신인 차베스의 포부는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것이었다. 당선 당시 재헌의회 소집을 통해 그 기틀을 닦았지만 베네수엘라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긴 차베스는 중남미 좌파 정권들을 연합하여 국가연합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차베스의 행보는 미국의 심기를 계속 건드렸으며 자국 내의 보수적인 기득권층에게는 큰 위협이 되어 지속적인 마찰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2013년 차베스가 암으로 사망하고 그 뒤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어받았다. 그런데 이 시기는 미국이 채산성이 맞지 않아 건드리지 않았던 셰일가스에 미국이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였고 이를 막기 위해 석유수출기구 회원국들이 석유 생산을 늘려 국에 유가를 떨어뜨렸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도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입을 지속적으로 낮춰 석유 수출에 의존을 해 왔던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베네수엘라는 저유가로 인한 국가 수익의 감소 폭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마구 발행하여 국가의 빚이 증가하였고 예산 확보를 위해 화폐를 엄청나게 찍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맞이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베네수엘라는 유가가 다시 오르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만을 갖고 복지 지출 재정에 대한 조정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그야말로 파탄이 나버린 것이다.

차베스가 집권을 하면서 시행한 복지정책은 극심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석유 수출에 의존하여 다른 산업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한계를 보였고 석유가가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 복지 정책을 강행하여 포퓰리즘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마두로 정부는 차베스가 표방하는 21세기 사회주의를 이어가는 인물로 미국과 자국 내 보수 세력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저유가로 인해 경제가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인플레이션은 계속되어 돈이 있어도 물건 하나 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국민들은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엄청난 천연자원을 매장하고 있어 천혜의 부의 조건을 갖춘 베네수엘라. 하지만 그런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 기득권의 욕심과 그에 대한 반동에 의해 현재의 베네수엘라를 만든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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